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《백지(白紙)》는 1939년 7월 1일자로 창간된 순문예 동인지로, 그 해 10월 제3호를 내고는 종간되었다. 판권장을 보면, 편집 겸 발행인 최익연(崔翼然), 인쇄인 한동수(韓東秀), 인쇄소 수영사(秀英社), 발행소 백지사(서울·명륜동 3가 26), A5판 92면, 정가 30전이다.
〈수휴록(愁休錄)〉이라는 제목으로 쓴 ‘편집후기’는 김해진(金海鎭)·조동탁(趙東卓 : 지훈(芝薰)의 본명) 두 사람의 연명으로 나왔는데, 그 첫 구절은 이렇다.
“허리를 펴고 보면 문득 6월의 하늘. 이제 제법 땀을 닦고 피울 줄 모르는 담배라도 태워 보고 싶습니다.
난각(卵殼)을 뚫고 병아리는 나왔습니다마는 아직 다리에 힘이 오르지 못한 느낌이 있습니다. 그래도 어딘가 귀여움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. ······”
글은 조지훈이 쓴 것으로 편집의 성취감에 겨워하고 있다. 그것은 담배도 피울 줄 모르던 19세 때의 일이다.
제1집의 작품은, 〈시〉 ‘옥뇌(玉惱) 〈Ⅰ〉·〈Ⅱ〉’ ··· 오화룡(吳化龍)/ ‘소태’(외 1편) ··· 조인행(趙仁行)/ ‘계산표’(외 2편) ··· 조동탁(趙東卓)/ ‘살인죄와 술’ ··· 신상보(申尙寶)/ ‘버들빛 행복’(외 1편) ··· 장상봉(張祥鳳)/ ‘Canival·Canival’(외 1편) ··· 김석준(金晳埈)/ ‘물방아’ ··· 박수래(朴洙來)/ ‘모순화(矛盾花)’(외 1편) ··· 박호진(朴浩鎭)/ ‘만가(輓歌)’ ··· 장성진(張星軫), 〈명작소개〉 앙드레 말로의 소설 ‘전쟁’ ··· R생, 〈수필〉 ‘영불래(永不來)’ ··· 김해진(金海鎭), 〈희곡〉 ‘산동(山童)’(전3막) ··· 이재영(李載榮), 〈소설〉 ‘추방도(追放圖)’ ··· 김용태(金容泰) 등이다.
조지훈(1920~1968)은 《백지》를 내던 그해 《문장》 4월호에 정지용(鄭芝溶 1903~?) 추천으로 〈고풍의상(古風衣裳)〉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. 이어 11월호에는 〈승무(僧舞)〉, 그리고 1940년 2월호에는 〈봉황수(鳳凰愁)〉를 발표하여 추천을 완료했다. 이 작품들은 다 고전적 소재로 전아(典雅)한 시풍(詩風)인 데 비해서, 《백지》에 발표된 〈계산표〉는 그 취향이 전혀 다르다. 그 전문을 읽어 보자.
67분의 노동대가(代價) 일금(一金) 5전(錢)야(也). 막걸리 일배(一盃) 일금 5전야. 막걸리 일배 쾌음(快飮) 소요시간 1분 3초. 67분과 1분3초의 나의 정가(定價)는 5전. 5전에 괴롭고 5전에 즐거우니 67분에 괴롭고 1분3초에 즐거웁다. 이 술이 들어가면 24시간 후에 오장육부에서 자극을 섭취하고 꿈을 먹고 남은 뒤 모든 것에 여과(濾過) 당하여 배출되리니, 아 ― 67분의 노동대가. 아니 1분3초의 즐거움의 대가.
이것은 단순한 시가 아니라, 한 지성인이 고통의 세월을 살면서 토해낸 처절한 신음소리라 하겠다. 조지훈이 무슨 노동을 했는지는 몰라도, ‘67분을 노동한 대가로 5전’을 받는데 ‘막걸리 한 잔에 5전’이라니, 이야말로 그 시대상황을 여실히 드러낸 역사적인 증언이라 아니할 수 없다. - 출처 한국잡지백년 현암사




